김씨에서 샹씨로 넘어간 히어로 시무리우

김씨에서 샹씨로 넘어간 히어로 시무리우

어딘가 익숙한 얼굴의 남자, 한국인인 줄 알았지만 중국인 이었던 남자가 있다.

기억을 더듬어,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됬는지 이유를 알아냈다. 적확한 목적 없이 넷플릭스를 키게 되면, 넷플릭스가 창조해낸 세계에서 하염없이 발버둥 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던 중,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선보이는 한국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캐나다에서 방영된 <김씨네 편의점>이라는 시트콤이었다. 포스터에서 그들의 모습은 누가봐도 이민자 1세대 2세대들에게 풍겨지는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덥수룩한 수염에 풀어해친 하와이안 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질질 끌며 햇볕을 만끽하러 나온 검은머리 흰머리 한국인 말이다. 그곳에서 시무리우가 있었다.

시무리우는 <김씨네 편의점>에서 유일하게 한국계가 아닌 배우였다. 그 포스터를 봤을 당시에는 당연히 한국계 캐나다인이라고 생각했었고,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CGV 랜선 인터뷰 중에 부른, 태양의 <눈.코.입>에서 들려준 시무리우의 한국말은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자리잡게 해주었다.

정리해고 당한 89년생 중국계 캐나다인 회계사는 히어로가 된다.

마블 최초 아시아 히어로의 탄생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나온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맡게 된 배우는 역시나 마블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배우의 인지도 보다 마블이라는 인지도를 믿고 오로지 캐릭터와의 궁합으로 캐스팅하는 것이다. 마블 히어로 1세대 그 누구도 마블 이전에 인지도를 크게 가지고 있던 배우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모두 마블 히어로를 등에 업고 개런티가 천정부지로 솟구쳤다. 샹치의 시무리우 또한 마찬가지였다.

시무리우는 영화 자체가 처음이었다. 첫 시작부터 마블의 최초 아시아 히어로가 된것이다.

이제 시무리우는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세계적인 무대에 뛰어들었고, 이전에 자신의 밝혔던 많은 소신들을 신중하게 내비쳐야 할 때가 된것이다. 이미 시무리우와 관련된 논란들이 많이 존재한다. 뉴스 제목기사를 보면 "여성혐오하는 시무리우", "아동성애자 편애선 시무리우" "시무리우, 중국 공산주의 기아로 많은 사람들 죽음에 이루게 해"와 같은 한번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위험수위의 논란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이러한 논란들의 사실 유무를 여기서 따지지는 않겠지만, 현재 자신의 위치와 영향력을 확실히 알고 대처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현재 상영중인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시무리우의 평은 긍정적이다. 이는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샹치는 일명 성덕으로 불리며 트위터를 통해 마블에게 셀프 러브콜을 보냈다고 한다. 이런 적극성으로 캐스팅된 시무리우는 이미 스턴트맨과 각종 무술을 섭렵했었었고, 이를 쿵푸달인 히어로 샹치와 완벽히 동화시키고자 노력했다.

케빈 파이기와 함께 제작을 맡은 조나단 슈워츠는 "많은 배우와 오디션을 진행했지만 모두들 계속 시무 리우가 떠올랐다. 그에겐 무언가 특별한 게 있었다. 시무리우는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라고 언급하며 시무리우를 캐스팅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려주었고, 연출을 맡은 데스틴 다니엘 크리튼 감독 역시 시무리우에게 직접 캐스팅 결과를 전했다고 한다. 모든 제작진의 만장일치로 캐스팅된 시무리우의 샹치를 보는 관객과 평론가들에게 긍정적으로 다가오는게 당연했다. 안타까운건 양조위의 미모가 예상을 뛰어넘어, 시무리우의 존재감이 묻혔다는 것이다.

당분간 시무리우의 삶은 샹치에 의해 돌아갈 것이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처음부터 등장한 <닥터 스트레인지>의 웡과 쿠키영상에서 나온 캡틴마블과 헐크로 인해 샹치의 후속작을 기대하는 팬들을 벌써부터 설레게 만들고 있다. 시무리우에 대한 기대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그의 존재감이 아시아 최초의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세계에서도 우뚝설 만한 히어로가 되길 기대하는 바이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