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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가 사랑하는 여배우
김소연은 원래
태생이 나쁜아이다
여리고 순수한 김소연에서 연기잘하는 악마로 변신한 팬트하우스 천서진 역의 김소연으로 변화는 뜬금없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악역연기에 놀란 사람들도 많지만 김소연은 원래 태생이 나쁜아이였다. 김소연의 데뷔작은 1994년 이정재, 김희선 주연의 드라마 <공룡선생>이다. 단역생활이 전혀 없었던 김소연에게 처음 부터 비중있는 역할로 연기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1996년 배우 김소연이라는 이름을 남긴 계기가 된 단막극 <컴백홈>이 있다. 김소연의 시작을 알린 중요한 작품이다. 그 시작이 가출소녀였다. 악역으로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하이틴 스타가 되어가며 1997년 영화 <체인지>를 통해 영화계에 데뷔했다. 영화 <체인지> 또한 평범하고 여리여리한 순진무구 여고생이 아닌, 남자 고등학생의 영혼이 들어가 천방지축이 되는 여고생 역을 맡으며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순수한 분위기의 김소연은 데뷔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김소연은 1990년대 김희선, 배두나, 심은하와 같은 하이틴 스타 계열로서 유명했다. 90년대는 하이틴 스타와 아이돌 그룹들의 시대였어서, 두부류 간의 교류가 활발했던 시기였으며, 김소연 안티의 시작이기도 했다. 이때가 팬트하우스에서 선보였던 분노들의 원천에 한부분을 크게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김소연은 1997년 3월 부터 MBC 인기가요 베스트 50의 메인 MC를 맡기도 하며 여러 방송매체에 아이돌과 함께 등장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다 일이 터진 것이다.
모 방송 꽁트에서 당시 최고의 남자 인기 그룹인 HOT 멤버인 장우혁 '등'에 업히는 행동이 HOT 팬들의 원성을 샀고, 결국 스캔들까지 터지면서 원성은 분노로 바뀌었다. 90년대만 하더라도 아이돌 팬덤의 초창기였기에 악성팬들의 무지막지함은 지금의 악플과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적나라하고 노골적이었다. 심지어 뒤로 숨지도 않았다. 일례로 김소연이 영화 홍보차 조장혁과 생방송으로 OST스페셜 듀엣 무대를 선보였을 때였다. 조장혁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OST의 포문을 열고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과 조명이 그들을 비췄다. 노란색 넥타이를 멘 아름다운 여성이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시작하자,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과 목소리가 무대를 잠식했다. 물론 음향장비들 보다 볼륨이 크지는 않았지만 그 목소리들의 선명함은 음량과는 무관한듯 싶었다.
조장혁과 김소연의 듀엣 생방송 무대는 악몽과도 같았다. 단 한차례도 서로를 사랑스런 눈빛으로 쳐다볼 수 없었고, 김소연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고여있었다. 더이상 그들에게 개인 클로즈업은 없었고 풀샷과 백댄서들의 멋진 모습들만 감상해야 했다. 실제로 김소연은 그 악몽같은 무대가 끝나고, 화장실로 뛰어거 2시간 동안이나 울었다고 한다. 그녀의 나이 만17세에 벌어진 일이었다.
배우 김소연의 존재감은 뛰어났지만 메인 주연을 맡은 적은 없었다. 송승헌-김남주 주연의 <승부사>, 원빈-배두나-최강희 주연의 청춘 드라마 <광끼>, 장동건-채림 주연의 막장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 허준의 히로인 황수정과 안재욱 주연의 가족 멜로 드라마 <엄마야 누나야>까지 인상적인 존재감을 선보였지만 메인이 되지는 못했다.
2000년에도 팬트하우스 천서진을 연상시킬 정도로 몰아일체감을 보여준 막장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의 악역 캐릭터로, 연기력 호평을 크게 받았다. 하지만 그 연기력 탓에 안티에 안티를 더하는 현실에 놓이게 됬다.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에서 여주인공 채림을 괴롭히는 김소연의 차가움은 팬트하우스의 불 같은 천서진을 소멸 시킬 수 있을 정도로 나빴었다.
연기력과 대중성, 흥행성 모두를 잡았던 김소연이었지만, 메인 주연의 이미지를 잡지 못하고 2002월드컵과 함께 6년간의 침체기에 들어갔다.
오랜 침체기 끝에 다시 존재감 조연으로 복귀하게 된다. 2008년 SBS 드라마 <식객>으로 과거 흥행성 배우의 귀환과 동시에, 김소연 자신에게도 좋은 작품으로 기억됬다고 한다. 당시 김소연은 늘 강한 역을 많이 연기해서, 이렇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게 처음이라는 인터뷰를 했었다. 그녀의 인기와는 무관하게 김소연의 고통을 짐작할 수 있는 발언이지 않을 까 싶다. 데뷔때 부터 다작을 하고 다수의 흥행작에 출연한 김소연이, 데뷔한지 15년만에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은게 처음이라는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식객으로 재시작을 알린 김소연은 2009년 주연을 뛰어넘는 조연으로서, 연기력이 폭발하는 드라마, <아이리스>에 출연하게 된다. 강한 역을 자주 했지만 긴 생머리를 포기하지 않았던 김소연은, 과감하게 숏커트를 하며 북한 여전사의 강인함을, 외적으로 보여주었다.
데뷔 15년 차의 연기 내공은 실제했다. 이병헌-김태희이라는 눈을 돌릴 수 없는 배우들 틈에서 그녀가 보여준 연기력은, 단순하게 표현되지 않았다. 극 초반은 강한인상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중반을 넘어가며 차가운 얼굴 속에서 발현되는 슬픔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북한 여전사로서 드러나지 않는 표정에서,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기란, 절대적으로 쉽지 않다.
배우 김소연의 연기인생은 드라마 <아이리스> 전-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이리스>이후, 비호감으로 살아왔던 그녀의 인생에, 호감이라는 단어가 피어올랐다. 호감이라는 이미지를 제대로 시청자들의 뇌리에 꽂아 넣기 위해, 여러 예능에 출연하기도 했다. 과거에도 서세원쇼나 각종 프로그램에 출연했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았던 이미지가, 드디어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2010년 호감을 등에 업은 김소연은, 드디어 첫 메인 주연을 맡았다. SBS 드라마 <검사 프린세스>는 철부지 된장녀 캐릭터를 코믹하게 소화하며, 김소연이라는 배우의 새로운 이면을, 접하게 해주었다. 이미 여러 예능에서 김소연의 순수함과 코믹함을 보여주고도 남았었다. 하지만 그녀의 차가워 보이는 외모 때문인지, 드라마 속 웃긴 캐릭터를 연기하는 김소연을 상상하기는 어려웠다. 실제와 드라마와의 괴리가 큰 배우 중 하나 일 것이다. 시청률은 지지부진했지만, 그녀와 겨룬 동시간대 배우들은, 처음부터 주연을 맡으며, 전성기를 누렸던 배우들이었다. 드라마 내내 비교되던 손예진과, 그 옆에 단단히 버티고 있던 꽃보다 남자의 이민호, 어린신부 이후 돌아온 문근영, 이들 사이에서의 시작은 시청률 꼴등이었지만,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2위로 올라선걸 보면, 김소연이라는 배우의 매력은, 이제 막 시작됬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아쉬운점도 존재한다. 태생부터 강한역이나 나쁜 역을 맡아왔던 김소연에게 비호감은 당연시 따라오던 수식어 였다. 하지만 그와 함께 흥행보증수표와도 같았다. 그리고 2010년 부터, 본격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의 캐릭터는 쏙 빠지고, 착하고 매력있는 역할로, 호감형 이미지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흥행보증수표는 종이수표가 되어버렸다. 2010년 부터 <검사 프린세스> <닥터 챔프> <대풍수> <투윅스> <순정에 반하다> 2018년 <시크릿마더>까지 흥행이라는 단어와는 멀어진 시청률이 이어졌다. 물론 중간에 <가화만사성>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과 같은 주말 가족드라마 시청률이, 20% 중반대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주말 가족드라마가 그정도 시청률이 안나오기가 더 힘들기 때문에 제외하겠다.
그리고 대망의 2020년, 과거 나쁜아이 김소연이 돌아왔다.
2020-2021년 드라마 중 <팬트하우스>만큼의 파급력을 가진 작품은 없었다. 모든 캐릭터가 살아있고 충격과 공포 그리고 재미를 모두 담고 있으며, 말도 안되는 전개와 캐릭터성이 이렇게 까지 사랑받은 작품은, 한국 드라마의 시초부터 지금까지 없었다. 그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는 배우가 바로 김소연 이다. 예전 같으면 천서진 같은 역할을 하고 나면 김소연은, 다시 세상속에서 모습을 감춰야 했을 것이다. 2000년 <이브의 모든 것>에서 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모든 걸 김소연이라는 사람이 바꿨다. 꾸준히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주며 순수함을 증명했고 SNS에서 돌아다니는 천서진의 이면, 즉 천사같은 착함이 자동적으로 김소연을 호감으로 바꿔주었고, 현실과 드라마의 괴리는 미친 연기력이라는 수식어로 돌아왔다. 지금이 진짜 배우 김소연의 전성기가 될 것이다.
태생이 나쁜 배우였던 김소연은 긴 태동기를 거쳐, 나쁜데 나쁘지 않는, 나쁜데 아름다운, 나쁜데 사랑스러운 배우로 거듭나며,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녀의 매력은 대한민국 드마라 역사에 한 획 정도는, 그었다고 2050년 쯤에 회자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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